
우주의 변화는 음양오행으로써 작동한다. 오행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로 순환하는 기운이다. 목화토금수는 당연히 태양계의 목성, 화성, 토성, 금성, 수성에서 따왔고 고대인들도 이를 차용하여 요일을 붙이기도 하면서 중요한 상징으로 삼았다. 참고로 서양에서는 목화토금수를 Five Elements, 즉 ‘5요소’라고 부르고 물질로서의 의미만 강조하는데, 동양에서는 오행(五行)이라 부르면서 그 요소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면서(行) 우리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지점을 중요하게 보았다.
목(木)은 나무가 아니다.
‘나무’처럼 묻혀 있다가 최초로 뚫고 나오는 샘솟고 상승하는 기운이다.
화(火)는 불이 아니다.
‘불’처럼 퍼져 나가면서 강렬하고 넓게 비추고 베푸는 기운이다.
금(金)은 쇠가 아니다.
‘쇠’처럼 단단하고 냉정한 기운이다.
수(水)는 물이 아니다.
‘물’처럼 포용성이 있고 스스로 변화하는 기운이다.
토(土)는 흙이 아니다.
‘흙’처럼 변화하지 않지만, 변화를 끌어내는 기운이다.
토의 역할은 나머지 사행(四行)과 다르다. 그 토의 역할로 인해 사주 명리가 변화무쌍해지고 다양해진다. 철학적 깊이가 생기게 되었다. 토는 각 사행이 다른 기운으로 넘어갈 때의 다리가 되기도 하며(수동성) 각 사행의 기운을 품고 다른 기운으로 넘겨주기도 하는(능동성) 복잡한 역할을 한다.

우리 조상들은 오행의 기운을 일상에서 상징화하며 살았다. 오방색이라고 하는 청색(木), 적색(火), 황색(土), 백색(金), 흑색(水)을 썼고, 방위를 잡을 때도 오행을 활용하여 동쪽(木), 남쪽(火), 중앙(土), 서쪽(金), 북쪽(水)을 썼다. 음양오행은 우리 역사를 관통하며 우리 삶에 뿌리내리고 있는 기본적인 철학이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과 같은 오상(五常)도 오행의 개념이다. 인(仁)은 목(木)이고 동쪽이라 동대문을 흥인문이라 했고, 의(義)는 금(金)이고 서쪽이다. 지금은 없어진 돈의문이 서대문이다. 예(禮)는 화(火)이고 남쪽이라 남대문을 숭례문이라 하는 것이다. 지(智)는 수(水)이고 북쪽이다. 그래서 정도전이 서울의 북대문으로 홍지문(弘智門)을 계획했다고 한다. 그러나 권력가였던 사대부들이 백성들이 지혜로워지면, 옳고 그름을 알게 되고 그러면 권력을 이어 나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여 이름을 달리해(숙정문이라 했다.) 북대문으로 삼았다고 한다. 물론 숙종 때 홍지문이라 개명했지만, 일제강점기 때 없어졌다고 한다. 화(火)가 양의 극단이라면 수(水)는 음(陰)의 극단이라 홍지문이 있을 때도 열어 놓으면 여성들의 음기가 강해진다고 하여 늘 닫아두었다고 한다. 유교 사회가 얼마나 미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신(信)은 토(土)이고 중앙이라 서울 한복판에 보신각을 세웠다.
토(土)는 양(陽)의 구간인 목화와 음(陰)의 구간인 금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에너지다. 토가 없으면 음양의 구분이 없는 것이고 옳고 그름을 분간하는 능력이 떨어지며 정신과 육체를 통제하지 못한다. 토는 오행의 완충작용을 하며 생과 사를 동시에 품는다. 목은 화를 보고 성장하고 번성하며 금의 열매를 맺고 수에 저장하고 소멸한다. 목이 발아하는 지점이 토고 수가 들어가는 곳이 토다. 천간(天干)이 양이고 지지(地支)가 음이라고 보았을 때 천간은 화를 보고 지지는 수를 보는 것이 좋다. 그 경계 또한 토다.
토가 과하면 생명의 에너지가 제 역할을 못 한다. 즉 사행(四行) 모두 매몰된다. 연애를 해도 설렘이 없고 성욕이 없게 된다. 열정도 사라지고 결단력이 부족해진다. 특히 화가 강하고 건조한 조토(燥土)로 구성된 사주는 생명체로서의 활기가 매우 떨어진다. 열대 사막을 떠올리면 된다.

천간과 지지의 상징을 보자. 천간은 오행에 음양을 배속해 5 곱하기 2, 즉 10으로 열 글자가 있다. 천간에는 계절이 강하게 부여되지 않는다. 목의 기운을 가진 양을 글자와 음의 글자인 갑(甲)과 을(乙), 화의 기운을 가진 양의 글자와 음의 글자인 병(丙)과 정(丁), 토의 기운을 가진 양의 글자와 음의 글자인 무(戊)와 기(己), 금의 기운을 가진 양의 글자와 음의 글자인 경(庚)과 신(辛) 그리고 수의 기운을 가진 양의 글자와 음의 글자인 임(壬)과 계(癸). 천간은 모두 10글자다.
지지는 음양오행에 계절성을 보탠다. 보통은 자(子)부터 시작하지만, 사주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계절을 중심에 두기 때문에 인(寅)부터 시작한다. 앞서 말했듯 인월(寅月)의 입춘부터 새로운 봄의 기운이 싹트고 새해가 되기 때문이다.
목의 기운이자 봄의 기운을 가진 글자는 양의 글자 인(寅)과 음의 글자 묘(卯)가 있다. 그리고 다음의 계절인 여름으로 기운을 넘겨주는 토의 글자인 진(辰)이 있다. 진(辰)은 봄의 기운을 드러낸 글자이며 동시에 그 봄이 제 역할을 하도록 겨울의 기운을 묻고 있다.
화의 기운이자 여름의 기운을 가진 글자는 양의 글자 사(巳)와 음의 글자 오(午)가 있다. 그리고 다음의 계절인 가을로 기운을 넘겨주는 토의 글자인 미(未)가 있다. 미(未)는 여름의 기운을 드러낸 글자이며 동시에 그 여름이 제 역할을 하도록 봄의 기운을 묻고 있다.
금의 기운이자 가을의 기운을 가진 글자는 양의 글자 신(申)과 음의 글자 유(酉)가 있다. 그리고 다음의 계절인 겨울로 기운을 넘겨주는 토의 글자인 술(戌)이 있다. 술(戌)은 가을의 기운을 드러낸 글자이며 동시에 그 가을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전의 계절인 여름을 가두고 있다.
수의 기운이자 겨울의 기운을 가진 글자는 양의 글자 해(亥)와 음의 글자 자(子)가 있다. 그리고 다음의 계절인 봄으로 기운을 넘겨주는 토의 글자인 축(丑)이 있다.

이 열두 글자에는 동물이 배속되어 연(年)의 지지인 연지(年支)로 쓰이면 ‘띠’가 된다. 자(쥐), 축(소), 인(호랑이), 묘(토끼), 진(용), 사(뱀), 오(말), 미(양), 신(원숭이), 유(닭), 술(개), 해(돼지)다. 참고할 것은, “자축인묘…” 이렇게 순서를 따지며 시작할 때 양-음-양-음이 번갈아 돌아가는데, 앞서 말한 인묘진, 사오미 이렇게 계절로 돌릴 때와 다를 수가 있다. 화(火)의 경우, 사(巳)는 양이고 오(午)는 음이 되는데, 자축인묘…로 음양을 돌리면 사는 음이 되고 오는 양이 된다. 계절로 묶는 경우와 12지지를 순서대로 돌리는 경우가 다르다는 말이다. 토(土)가 중간에 있어서 이런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해(亥)와 자(子)도 마찬가지다. 계절로 돌리면 해는 양이고 자는 음인데, 12지지를 순서대로 돌리면 자는 양이고 해는 음이 된다. 이를 두고 체(體)와 용(用)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계절로 묶어서 토를 배제하고 양과 음을 배속하는 것을 체(體)로 보고 실제 12지지를 순서대로 돌리는 일을 용(用)으로 본다. 쉽게 말하면 오행의 에너지적 관점에서 사(巳)와 오(午), 그리고 해(亥)와 자(子)를 양과 음으로 보지만, 실제 12지지를 사용하는데 있어서는 사는 음으로 오는 양으로 해를 음으로 본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저 그렇다고 알고만 있으면 된다. 실제로는 사(巳)는 양의 화이고 오(午)는 음의 화라 여기면 그만이고 해(亥)는 양의 수이고 자(子)는 음의 수라고 보면 그만이다. 육십갑자가 천간에 양이 오면 지지에도 양의 글자가 매칭되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일이 복잡해진 것이다. 그래야 사주 여덟 글자가 모두 양의 글자인 양팔통(陽八通) 사주니 반대의 경우인 음팔통(陰八通) 사주니 하는 말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오행의 생(生)과 극(剋)
목은 시작하려는 에너지고 화는 펼치려는 에너지다. 물상(物象)으로 보면 나무를 땔감으로 하여 불을 피우는 것으로, 목이 화를 생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는 화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화가 목으로 인하여 생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무가 태양을 지향한다는 쪽으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주체가 목이 된다. 그러면 목과 화는 서로 생하는 개념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오행은 상생한다.

이야기를 더 이으면 목의 지향점은 화라는 것이고 목과 화를 둘로만 보면 목은 화의 음이 되니 음양의 조화를 이루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목은 화를 보고 계속해서 위로 뻗치고 옆으로 펼쳐진다. 화가 없는 목은 갈 곳을 모른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은 채 차의 시동을 거는 것과 같다. 수(水)의 영역에서 깨어나 토(土)를 뚫고 수직으로 상승하는 기운의 목은, 화라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식으로 화(火)는 토(土)를 생하고 토 역시 화를 품으며 하니 이 또한 화와 토가 상생한다. 토와 금, 금과 수 역시 마찬가지다. 오행은 목-화-토-금-수 그리고 다시 목-화… 이런 식으로 생을 반복한다. 목생화, 화생토, 토생금, 금생수, 수생목으로 순환한다.
극(剋)이라는 개념도 있다. 생과 달리 상대를 제압하고 취하려는 기운이다. 목은 토를 극하고, 토는 수를 극하고, 수는 화를 극하며, 화는 금을 극하고, 금은 목을 극한다. 특히 극의 경우 음양이 같은 경우에 더 강하게 작용한다. 천간의 경우, 예를 들어 금이 목을 극하는 경우, 양의 금인 경(庚)이 양의 목인 갑(甲)을 극한다. 이를 갑경충(甲庚沖)이라 하기도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경이 갑을 극하는 것이다. 그런데 양의 금인 경은 음의 목인 을(乙)과 극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合)이라는 것을 한다. 같은 오행이라도 음양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극을 하고 어떤 경우에는 합을 한다.
지지(地支)에서는 생(生)보다는 합(合)을, 극(剋)보다는 충(沖)을 위주로 본다. 천간의 기운이 작동하는 매커니즘과 지지의 기운이 작용하는 이치는 다르다. 천간은 음양이 중심이 되어 오행이 작동하는데 지지에서는 음양도 기초적인 본질로서 작용하지만 각 글자의 성질이 더 중요하다. 다음 장에서 설명하겠다.

서론이 길었지만, 사주 명리를 배우는 기본자세와 철학적 배경을 알아야 하기에 설명했다. 우리가 아는 사주는 매우 무지한 시대에 기득권을 가진 자들에 의해 왜곡된 이후에 그 잘못된 학설이 더욱 증폭되면서 내려온 것이 사실이다. 신분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남녀의 차별을 더욱 심화시키기 위해 부역했다. 유교의 단점을 극복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욱 강화하기 위해 동원된 것이다. 그러나 사주 명리의 근간이 되는 음양오행 사상은 만인이 평등하고, 평등한 모든 인간이 겸손하게 우주의 섭리를 따라 살아가야 한다는 큰 사상이다.
사주 명리는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관점으로 보아야 하는데, 왜곡된 유교적인 관점으로 보면서 잘못 해석하고 미신처럼 그 위상을 땅에 떨어뜨렸다. 조선시대가 말아먹은 것이 이 나라만이 아니라 이 나라 사람들의 사상과 신념도 있다. 이제 제대로 공부할 때가 되었다. 이제 ‘나’를 중심으로 사주를 공부할 때이다. 유교적 틀 안에 있는 내가 아니라 독립적 존재로서 내가 인식할 때 대상은 존재하며 나는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고 선언하면서 사주를 공부하자.
내 운명의 비밀 | 루이 - 교보문고
내 운명의 비밀 | 같은 날 태어난 사람이 다른 삶을 살기 때문에 그래서 사주는 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때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운명은 달라진다. 어쩌면 생존의 문제와 직결될 수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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