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내 운명의 비밀] : 명리 입문

내 운명의 비밀 - 궁합은 사주에 없다.

루이 사주 명리 2025. 12. 8. 17:00

 

궁합.

 

사주를 보는 사람에게 궁합이라는 주제는 매우 골치 아픈 것 중 하나이다. 명리의 고전 어느 곳에서도 궁합이라는 주제를 논(論)한 적이 없으려니와 대가(大家)라 이름을 떨친 명리학계의 거두들 모두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궁합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딱히 논리적으로 궁합을 보는 법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궁합이라는 것이 두 사람의 사주팔자를 모두 간명하고 난 뒤 논하여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주체적인 ‘나’ 둘이 합(合)하고 충(沖)하는 관계로 엮여 공동의 운명체를 꾸려나가는 상황을 예상하고 ‘좋다, 나쁘다’로 판단하는 일은 매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결혼의 연이 이미 닿은 사람들에게 감히 ‘해라, 마라’ 하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결혼은 개인에게 있어서 운명을 걸고 벌이는 일생일대의 의사결정이다.

 

아마도 우리 민족은 자식의 결혼을 부모의 일, 나아가 집안의 일로 여겨 궁합을 보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여자의 집에 남자의 사주를 보내 최종 승낙을 받아내는 풍습은 나름 세련된 문화였던 것 같다. 물론 여자의 사주는 이미 남자의 집에 들어갔을 테지만 말이다. 결혼은 집안의 일이어서 그 인연이 몰고 올 운명의 파장을 우리 선조들은 미리 대비하였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그 문화가 민중 속으로 내려오면서 기형적으로 변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점쟁이들은 온갖 신살을 들먹이며 겁을 주거나 상대방의 사주팔자에 대해 깎아내리는 식의 궁합 풀이를 하며 인기를 얻었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유교 문화에 편승해서 남자가 여자를 억압하는 수단으로까지 사용된 것 같다. 남자의 집에 시집을 간 여자에게 남자의 허물마저 뒤집어씌우는 용도로 활용되었다. 남자가 죽거나 불구가 되기라도 하면 여자의 사주 탓을 하며 온갖 ‘살’들을 여자에게 붙여 마녀로 만들었다. 명리학 본래의 의도는 간데없고 미개한 샤머니즘까지 섞여 버렸다. 그렇다면 이 거지 같은 궁합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기본만 알면 된다.

 

 

남자와 여자 각각의 사주를 먼저 본다. 재성과 관성이 어떻게 놓여있는지 보면 그 사람이 상대방을 어떻게 대할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간여지동(干如支同) 일주(日柱)를 가진 남자·여자라고 하자. 게다가 사주가 인성(印星)이 비겁(比劫)을 생(生)하는 형국으로 흘러간다고 하면 이 남자·여자는 어떤 여자·남자와 살든 상관없이 배우자와 무정할 가능성이 높다.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며 자존심이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해당 사주를 가진 자에게 국한되는 일이다. 상대적인 일은 아니다. 두 사주 사이의 일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띠를 가지고 논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아무리 주변을 둘러보아도 띠 궁합은 의미가 없다. 그저 지지 삼합(三合)의 논리일 뿐이다. 네 살 차이가 나는 말띠와 개띠 그리고 호랑이띠를 보자. 각각 네 살 차이인데 인오술(寅午戌) 화(火)국 삼합이다. 이 사람들은 소위 삼재의 시기도 동일하다. 그런데 그것뿐이다. 궁합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선 일지(日支) 즉 당사자의 배우자 궁을 먼저 본다. 일지끼리의 합과 충을 본다. 결혼이므로 당연히 일지끼리 합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즉, 지지 육합의 관계가 형성되면 좋다고 본다. 예를 들어 여자의 일지가 묘목(卯木)이고 남자의 일지가 술토(戌土)라면 묘술합(卯戌合)으로 좋다고 본다. 충(沖)의 관계에 있으면 서로 언행에 유의하라고 일러주고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준다. 문제는 충의 관계에 있다는 것은 온갖 살(殺)에 엮이게 된다는 것인데 두 사주의 일지가 엮여 수백 개의 살을 파헤치는 일은, 의미가 없다. 신살은 당사자 사주의 원국과 운에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고 당사자에게만 국한되어 간명(看命)을 해주면 그만이다.

 

지지의 합과 충을 보았다면 월지(月支)로 간다. 월지는 격(格)이고 계절론을 따른다면 태어난 계절이니 자신이 가지고 있는 한난조습(寒暖燥濕)의 환경이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환경과 상대방이 살아온 삶의 환경을 보는 일은 궁합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또한 역술인마다 해석의 방법은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봄의 계절에 태어난 사람과 여름 계절에 태어난 사람 사이의 궁합은 좋다고 말한다. 목생화(木生火)로 흐르는 에너지가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더운 계절에 태어난 사람은 추운 계절에 태어난 사람과 잘 어울린다고 본다. 서로 도움이 되는 사주라고 한다. 사주를 푸는 사람의 경험이 반영된 것이리라.

 

 

완벽한 사주가 없듯 완벽한 궁합도 없다.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의 문제인데, 다양한 각도로 본다. 묘술합의 예를 계속 들면 묘목에게 술토는 재성이다. 정재에 해당한다. 재정적으로 안정을 이룰 수 있는 궁합이라고 본다. 만약 둘 사이에 자식이 태어났는데 화(火)의 기운이 강한 자식이라면 술토는 화의 고지(庫地)이다. 합의 관계가 깨지면 그 자식은 화의 고지로 입고해 버리는 결과가 되니 자식을 지키려면 둘이 계속 합하여 있어야 한다고 말해준다.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논리적으로는 말이 된다. 어쨌든 연지(年支)인 띠보다는 월지(月支)를 본다는 뜻이다.

 

결론적으로 궁합은, 당사자의 사주를 먼저 보고 그 사람에게 배우자는 어떤 사람이 좋은지를 본다. 그러니 궁합은 편파적일 수밖에 없다. 여자의 입장에서 그 여자의 사주를 보고 이 여자에게는 어떤 사람이 좋겠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남자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여자의 일간이 을목(乙木)이니 남자의 일간이 경금(庚金)이 좋겠다고 말할 수 있다. 을경합(乙庚合)이니 그렇다. 그러나 을 입장에서는 경은 관성이라 결국 극을 당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나쁘다고도 말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같은 일간이면 좋다고 한다. 취향이 맞고 같은 기운을 가졌으니 죽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그렇게 되면 조화롭지 못하다는 반론도 있다. 정답은 없는 것이다. 궁합은 이미 상대방이 정해진 상태에서 두 개의 사주를 놓고 보는 것이다. 궁합은 편파적이므로 누구의 입장에 설 것인가를 정해서 보면 될 것이다. 중립적으로 객관적으로 좋은 궁합은 없다. 나에게 유리한 궁합과 불리한 궁합만 있다.

 

사주 이론에 궁합이란 없다. 훗날 수요가 있으니 공급자로서 어떤 식이든 만들어내야 해서 만든 것일 뿐이다. 상대방의 사주를 보고 그 사람의 격과 됨됨이, 운의 흐름을 보고 그 사람이 나에게 좋을지 판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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